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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그림책 힐링

[그림책] 다양한 가족, 치매 관련 그림책 <파랑 오리>

by 갈리버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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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오리
릴리아의 『파랑 오리』. 가을의 어느 날, 파랑 오리는 아기 우는 소리를 듣고 헤엄쳐 갑니다. 파랑 오리는 아기 악어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지요.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 악어가 보이지 않자 오리는 아기 악어를 두고 돌아서려고 합니다. “엄마!” 하고 부르는 아기 악어를 그냥 두고 오지 못한 파랑 오리는 이제 아기 악어와 한 가족입니다. 파랑 오리는 아기 악어를 지켜주고, 돌봐주고, 수영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둘은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고, 아기 악어는
저자
릴리아
출판
킨더랜드
출판일
2018.01.02

 

 

 

 

 

현대인의 피하기 힘든 질병인 치매. 아이들은 이 질병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 않을 터인데, <파랑 오리>는 그 어려운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그림책 모임에서 지기님이 추천해 주신 책인데, 모임 하면서 읽을 때도 눈물을 쏟는 사람이 많았다. 도서관에 갔다가 마침 있길래 대여해 왔다. 빌려온 몇 권 중에 아이가 잠자리 독서로 파랑 오리를 골라서 함께 읽게 되었다. 아이는 그저 오리가 좋아 고른 책이었는데,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나는 읽어주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아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는지 모른다. 

 

 

 

 

 


 

 

 

 

 

저자 릴리아의 소개가 인상깊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자라 한국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토끼, 새, 곰, 늑대, 악어, 뱀, 다람쥐로 변신이 가능합니다.
때로는 산과 강으로 변하고, 나무가 되기도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그림책 세상에서 그 무엇으로 변신할 때 가장 즐겁습니다.

 

 

이 <파랑 오리>에서 그녀는 악어로 변신했을까? 아니면 이 둘을 지켜보는 파란 연못이었을까?

 

 

 


 

 

 

 

 

 

이야기는 커다란 악어가 파란 오리를 안고 어딘가를 응시하면서 시작된다.

 

 

엄마, 이곳 기억해요?
엄마랑 나랑
처음 만났던 바로 그 파란 연못......

 

 

 

 

 

 

 

 

그리고 오리와 악어가 처음 만났던 그 장면으로 우리를 이끈다. 첫 장면과 다르게 아주 작고 소중한 아기 악어. 그리고 그 악어가 기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랗고 단단한 오리의 두 다리. 

 

 

악어는 오리의 새끼가 아니지만, 엄마를 잃은 아이 악어를 파랑 오리는 정성스럽게 키워낸다. 행복한 엄마의 삶을 살게 된 오리. 

 

 

 

 

 

 

 

파랑 오리의 정성 때문일까. 악어는 무럭무럭 자라나 오리보다 훌쩍 커졌다. 그렇게 마냥 행복할 줄 알았던 이 가정에 치매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고, 오리는 점점 기억을 잃게 된다. 그리고 악어는 오리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아기가 되어버린 파랑 오리. 뒤처리도 잘 하지 못해, 악어가 오리의 엉덩이를 닦아주는 이 장면은, 치매라는 질병을 '동화적으로' 너무 잘 표현해 낸 그림이 아닐까. 마음이 너무 아파 읽다가 심호흡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18년을 키웠던 나의 강아지가 생의 마지막 순간, 병원에서는 강아지를 안고 함께 산책다니던 곳을 거닐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엄마는 강아지를 안고 아파트 단지를 돌며 함께 지난날을 추억했다고. 오리가 생의 마지막을 목전에 둔 건 아니지만, 악어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악어가 아기였을 때, 그리고 오리가 아기가 되었을 때. 수미상관 같은 이 연출이 정말 숨이 막힌다. 진짜 가족도 이렇게 헌신할 수 있을까,

 

 

 

 

 

 

 

 

20년 이상을 함께 산 나의 친할머니를 90세 넘는 연세에 거동이 불가해 요양병원에 모실 때였다. 그때 할머니와 같은 병원에 아주 고운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계셨다. 인형을 물티슈로 정성스럽게 세수를 시켜주면서 사랑스럽게 인형과 대화를 나누셨다. 언젠가 병원에 갔을 때 그 할머니는 "밥 줘. 줘 밥. 밥 줘. 줘 밥."을 외치고 계셨다. 그런데 파랑 오리도 "밥 줘!"를 외치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가슴먹먹한 어미와 달리 아이들은 "밥 줘! 배고프단 말이야!" 하며 까르르 웃어댔다. 8살, 6살. 치매라는 질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나이. 아이들에게 기억을 잃는 병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 병에 걸리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고 했더니 둘째 아이가 나를 꼭 끌어안았다.

 

 

 


 

 

7남 2녀 대가족의 막내인 엄마 덕에 나에겐 6분의 이모가 계신다. 그리고 6분의 이모부도 계셨다. 그런데 이제 이모부는 막내 이모부 딱 한 분 살아계시는데, 그 이모부가 얼마 전 치매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미 진행 중이긴 했지만, 함께 청와대 나들이도 갈 만큼은 되었는데, 일 년 만에 모든 기억이 지워졌다. 

 

 

아내도, 아들도, 딸도 기억에서 지워져버렸다. 그러니 멀리 사는 조카인 나를 기억하실 리가 만무할 터. 막내이도, 이모부도 너무 선한 사람이라 애정하는 분들이셨는데, 나도 이리 마음이 허전하니 감히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치매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올지 모른다. 나는 언젠가 오게 될지도 모를 그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모가 의지할 자식도 있고, 위로해 줄 형제도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부쩍 이모와 엄마와의 전화 통화가 늘어난 것도 같다. 엄마는 이모부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에 이모가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애쓰는 중이다. 이모부가 기억을 되찾는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임에, 이모의 가족 모두가 너무 슬픔에 침잠하지 않고, 또 지치지 않고 잘 이겨내 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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