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장/독서기록장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신간도서 《녹일 수 있다면》 리뷰

by 갈리버 2024. 11. 29.
반응형

 

 

#협찬도서

 

 

 

 

 

 

 

 
녹일 수 있다면
1회 수상작을 선보인다. “청소년 소설의 문학적 전망을 제시했다” “책을 닫는 순간과 독자와 분리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의 마음속에서 증폭되는 이야기다”라는 심사위원의 찬사와 지지를 얻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된 임고을 장편소설 『녹일 수 있다면』이다. 임고을 작가는 공들여 쌓아올린 세계관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밀한 묘사, 학교 폭력과 입시 경쟁 등 현실에 밀착된 등장인물들의 면면, 그리고 묵직한 윤리적 질문들을 가지고 처음으로 청소년 독자들을 만난다. 『녹일 수
저자
임고을
출판
현대문학
출판일
2024.11.15

 

 

 

 

가치 판단이 어려워질 땐 극단의 상황을 설정해 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단순히 MBTI N의 사고방식이라 치부하고 무시하고 말 것이 아니다. 그 유명한 도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특수한 몇 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의 가치 판단을 논한다. 설정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지에 따라 내가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마션>에서는 우주 비행사가 화성에 홀로 남겨져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생존을 다룬 이야기는 많다. 그런데 <마션>은 그 상황을 극한으로 설정했다. 지구가 아닌 전혀 새로운 행성, 내 몸 하나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그 공간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조금의 실수도 허용이 안 된다. 그 극단의 상황이 이전의 생존 스토리와 다른 결의 긴장감을 가져오고, 관객들은 몰입한다. 

 

 

<녹일 수 있다면>은 갑자기 얼어붙은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무려 영하 200도 이상 떨어진 상황. 맨몸으로 나갔다가는 그대로 얼어붙기에 늘 특수한 수트를 착용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 영화 <마션>의 주인공이 처한 처지와 비슷하다. <마션>에서 주인공은 화성에 혼자 남아 오로지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한다. 그러나 <녹일 수 있다면>에서는 얼어붙은 지구에서 두 자매가 생존하기 위해 누구를 녹일지, 애초에 누구를 녹이는 것이 정당한 행위인지 등의 가치 판단을 끊임 없이 해 나간다. 전혀 다른 자매의 성격과 성향이 갈등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를 읽는 독자들도 판단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지구는 왜 얼어붙었는가?

 

 

이 소설의 배경에는 SF적 요소가 등장한다. 지구가 점차 오염되자 외계생명체가 자원 보관을 이유로 지구를 얼려버린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 멸망은 진부한 얘기일 수 있지만,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적나라한 현실이라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외계생명체의 형벌로 인해 얼어버린 지구. 우리는 이미 올해 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자연재해를 매체로 접했다. 해외 여행자들에게는 항공기의 난기류 사고가 큰 이슈였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한달치 강수량이 하루만에 쏟아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당장 우리나라도 지옥같은 역대급 여름 무더위를 지나왔다. 이 많은 것들이 기후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짐작조차 힘든 현실이다.

 

따라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기성세대에게도, 미래를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에게도 환경은 중요한 문제이며,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녹일 수 있다면, 녹일 것인가?

 

주인공은 태서진, 태서리 두 자매다. 언니 서진은 학교폭력으로 상처를 입은 상태다. 오히려 사람들이 얼어버린 현실이 평화롭게 느껴질 정도다. 그녀는 사람들을 녹일 생각이 없다. 한 명을 녹이고 나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도 녹이고 싶어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매사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존재라는 것은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따라서 서진은 애초에 분쟁을 만들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동생 서리의 의견은 다르다. 가장 먼저 자신의 친한 친구인 혜성을 녹인 뒤, 그의 형 태양을 녹이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서진이 가장 원하지 않았던 인물도 녹여버리고 만다. 사람을 녹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로 서진과 서리는 갈등한다. 그러나 이미 몇 명을 녹이지 않은 상태에서 둘의 의견은 반대로 뒤집힌다. 인간의 판단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둘의 관점이 뒤바뀌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롭다. 

 

 

 

 

녹이는 것은 살인 행위인가?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급속 냉동된 인간은 녹이면 다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에서 한 번 비틀어버린다. 냉동된 상태로 있다면 죽지 않았을 인간이 냉동이 됨으로써 죽어가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얼어붙은 세상에서 자신을 녹여버린 상대를 비난하는 태양의 반응이 꽤나 흥미롭다. 살리고자 했던 행위가 의도와는 다르게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 모든 것이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깨닫게 된다.

 

 

 

서리는 기유진을 왜 살린 걸까?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얼어붙은 지구에서 권력의 힘이 기유진에서 태서진으로 넘어갔다. 그런다한들 기유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언니에게 굴복하게 하기 위해서다라는 건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합리화본다해도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서리에게 화가 났다. 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그렇게 쉽게 치유될 것이라 생각했는지, 똑같이 힘으로 굴복시킨다고 그 상처가 아물 것이라 생각했는지, 그것이 과연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것이 맞는지... 

 

 

 

 

나라면, 녹일 것인가?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해결책을 갖고 와야 할 할머니는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남은 건 자매뿐, 미래도 함께 얼어붙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면 다른 사람들을 녹일 것인가? 녹이는 행위가 정말 그 사람을 구원하는 일일까, 오히려 괴로운 환경으로 그 사람을 끌어들이는 행위일까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

이야기는 한 권으로 마무리 되지 않는다. 앞으로 후속작이 더 나오지 않을까 기대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이어질 뒷 이야기에서는 할머니는 과연 새로운 행성을 찾아냈을지, 기유진과 태서진은 어떤 관계로 변화될지, 어떤 사람들을 녹여갈지 궁금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