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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독서기록장

[책 리뷰]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by 갈리버 2025.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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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본인조차도 자신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어려워지고, 그 괴리감으로 남들보다 몇 배는 더한 감정 소모와 번아웃을 겪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예민한 기질로 인해 누군가를 만나고 나면 금세 녹초가 되고, 일상에서 항상 기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예민함의 특성을 이해하고,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말한다. “매우 예민하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에까지 민감하다는 것을 뜻하므로 예민
저자
최재훈
출판
서스테인
출판일
2024.07.10

 

 

 

올해 첫 독서모임 선정도서. 후보 도서는 두 권이었다. 페미니즘 연액소설인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와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중에 원하는 도서를 선택하면 되는 거였는데, 최근 독서모임에서 소설을 많이 선택했었기에 이번엔 다른 선택을 했다.

 

 

사실 현대인들 가운데 지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유독 더 쉽게 지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다. 나도 지칠 때가 있지만, 그것이 남들보다 더 쉽게 지치는 것인가를 물으면 글쎄다. 나름대로는 고민도 쉽게 털어버리는 편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라도 이 책에서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기대감에 책을 펼쳐 들었다. 

 

 

 

 

         책의 난이도     

 

책을 읽는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나의 '도둑 맞아버린 집중력'이겠지. 읽다가도 자꾸 손이 휴대폰으로 가거나, 잡생각에 빠지는 등 집중을 하지 못했던 건 순전히 내 잘못이다. 하지만 책의 책임도 분명 있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이야기는 '중간 이후부터 재미있다'는 평이었다. 다들 처음엔 읽기가 힘들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적용할 것도 많고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니 이 책이 처음부터 잘 안 읽힌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주 개인적인 책속의 문장     

 

HSP의 신경계는 태어날 때부터 굉장히 민감하게 날이 서 있습니다. 예민한 아기들은 오감을 관장하는 감각 처리 기관의 민감도가 높아 조금만 불편해도 빽빽 울기 때문에 양육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이 예리하게 트여 있으므로, 또래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더 깊은 수준까지 습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9쪽)

 

 

이 문장을 읽으며 나의 둘째를 생각했다. 신생아 시절부터 입술을 파르르 떨며 울던 심상치 않던 아기. 첫째가 흐엥흐엥 우는 모습을 보며 내 조카가 "애기가 왜이렇게 조용히 울어?"라고 해서 의아했는데, 둘째가 바락바락 악을 쓰며 우는 걸 보고는 조카의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6살인 지금도 옷에 있는 택을 모두 잘라줘야 하고, 머리 자를 때 오열하는 등 감각에 민감한 아이. 그런데, 조용히 모든 것을 다 관찰하고 있는 아이, 엄마 아빠의 속삭이는 말을 모두 듣고 있는 아이. 우리 집 유행어중 하나는 "해인이(둘째)는 모르는 게 없어."다. 집에 물건이 없어지면 둘째에게 물어본다. 약 80%의 확률로 찾아온다.

 

이것이 바로 HSP. 

 

 

 

예민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의 순위를 매긴다면, 바로 이 관계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할 겁니다. 이는 시청각, 후각, 촉각, 미각적인 불편함이 주는 스트레스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34쪽)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HSP일 수 있다는 시각은 새로운 것이었다. 책에서는 본인의 예민도를 측정하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 테스트에 의하면 나는 HSP였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예민한 사람인가 생각했을 때 그다지 납득이 안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관계성 예민함도 있다는 말에 납득이 되었다.

 

식당에서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와도 나는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 비위가 상할까봐 혼자 조용히 처리한다. 그리고 식당에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다. 반면 남편은 즉각 식당에 이야기한다. 나는 남편이 예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에서는 오히려 반대를 주장한다. 다른 사람 기분을 배려하느라 해야 할 말을 못하는 것이 예민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에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정작 나의 기분과 마음을 배려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 그렇게 스스로를 미세하게 갉아먹는 것이라 생각하니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해 할 말은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니까. 물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놓지는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예민하다는 것은 이처럼 겉과 속의 괴리가 심한 성격 요소입니다. 진짜 예민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감히 자신의 예민성을 드러내지 못하므로, 겉으로 봤을 때 누가 봐도 예민하고 까탈스럽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예민함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거나, HSP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린 경우,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37쪽)

 

선택적 관계와 풍성한 취미 그리고 의무적 휴식, 이 세 가지만 기억한다면 외향적인 HSP의 삶의 질은 충분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좀 더 편해지려면 (중략) 일차적으로는 HSP들 스스로 '내가 너무 예민해서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거다'라고 인지해야 합니다. (중략) 이차적으로 HSP들이 자신의 과민함을 조금 더 수용하고 감정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가까운 사람 중에 예민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입을 꾹 닫고 있을 때는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습니다. (60쪽)

 

 

 

 

         쉽게 지치지 않기 위한 처방     

 

신경계의 균형이 중요하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이루어야 함.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예민함을 알려야 한다.

 

예민한 사람들이 진중한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오픈하는 일은 더 이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나를 지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대방이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무적 의미도 있습니다.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상대방도 나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고, 또 나에게 맞는 맞춤 반응을 제대로 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101쪽)

 

 

책을 읽으면서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특히 더 예민함을 보이는 케이스라는 진단을 스스로 내렸다. 그래서 타인에게 쓴소리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일이 많았던 것.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많았기에 나름대로는 마인드 컨트롤을 지속해서 해왔다.

 

인간관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내가 챙길 사람만 챙긴다. 연이 끊기더라도 지나치게 아쉬워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환경에서 어차피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 나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불쌍히 여긴다. 특히 직장에서 말도 안 되는 걸로 일을 떠넘기는 사람에게는 '나 빼고 다 ㅄ이다.'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일했던 건 통쾌함까지도 선사했다. (속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맡겨진 일은 해내야 당당해질 수 있다.) 그리고 가족을 믿었다. 내가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내 뒤에는 든든한 가정이 있으니 내가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언제든 직장을 떠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 그런 마음을 갖자 조금 더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나를 지키기 위한 마인드셋이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다 옳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 스스로가 대견해졌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나'다. 쉽게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삶의 중심을 '나'에게 두고, 덜 지치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나를 조금 더 타인들에게 오픈하면서도, 적당히 거리유지를 하며 나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지나치면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으로 갈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정말 예민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저 타인을 챙기느라 나를 돌보지 못했던 것에서 삶의 무게를 조금만 더 내쪽으로 기울여보자는 정도로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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